
앵커
4년 전 한국전력 하청업체 노동자 김다운 씨가 절연장비를 지급받지 못한 채, 면장갑과 목장갑을 겹쳐 끼고 혼자 전봇대에 올라 일하다가, 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졌습니다.
한전은 그동안 하청업체에 일감을 줬을 뿐 안전조치에 대한 의무는 없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최근 한전의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소수의견] 정한솔 기자입니다.
리포트
2021년 11월 5일.
한국전력 하청업체 노동자 38살 김다운 씨가 신축 오피스텔에 전기를 연결하기 위해 전봇대에 올랐습니다.
여기가 바로 고 김다운 씨가 올라갔던 그 전봇대입니다.
작업 중이던 김 씨는 2만 2천 볼트가 넘는 고압 전류에 감전됐습니다.
김 씨는 온몸에 큰 화상을 입고, 19일 뒤 숨졌습니다.
안전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전문 자격증이 없는 김 씨 혼자 투입됐고, 절연 장비도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가 손에 끼고 있던 건 면장갑과 목장갑 두 겹이 전부였습니다.
고인이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던 39만 원짜리 절연장갑을 지급받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책임 규명은 요원합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한전의 지위를 두고, 안전 관리 의무를 지닌 '도급인'이 아니라, 하청업체에 일감을 주는 '발주자'에 불과하다는 한전 측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준 겁니다.
김다운 씨 유족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했지만, 한전은 번번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전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한전은 김다운 씨가 투입된 작업을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다"며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류하경/유족 측 변호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하청이 아니라 원청인 한전이 다 가지고 있다, 지배하고 있다는 거죠. 최종 책임은 한전이 져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한전은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항소했습니다.
감전 사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전남 고흥군 양식장에서 이주 노동자 두 명이 감전으로 숨졌습니다.
앞서 4일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공사장에서는 30대 미얀마 노동자가 감전사고를 당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 안전관리 계획서를 보면, 전기 지식이 풍부한 기술자가 양수기를 다뤄야 하며 젖은 손은 금지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감전된 노동자는 비숙련 계약직이었고, 목장갑만 끼고 있었습니다.
고 김다운 씨 사고와 판박이입니다.
[장태욱/고 김다운 씨 매형]
"요즘 또 이런 산재 관련 사고나 다운이와 비슷한 사고가 나니까 (가족들한테) 제가 뉴스를 아예 못 보게 해요. 또 이걸 보면 다운이 생각나고‥"
산업재해는 최근 3년 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출근했다 사고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 하는 노동자는 해마다 8백 명이 넘습니다.
MBC뉴스 정한솔입니다.
영상취재: 변준언 / 영상편집: 이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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